
올해 첫날, 동해안을 따라 자리한 도시들이 한층 더 가까워졌습니다. 삼척~영덕 구간의 철도 개통으로, 부산 부전역에서 강릉까지 363.8km가 하나의 궤도로 연결 되었습니다.
이 노선을 따라 만날 수 있는 동해안 도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관광도시’라는 타이틀 입니다.
이처럼 지역 중심 도시들이 너나없이
관광 산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광’이 지역의 침체된 경제를 살릴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략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이 많이 방문할수록 이들이 소비하는 다양한 비용은 곧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됩니다.
지역 관광 활성화는 단순한 여가 소비를 넘어,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생존 전략이자 수도권 인구 집중이라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교통’ 이 있습니다.
교통 인프라 확충은 지역 관광의 저변을 넓히고, 나아가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2025년 1월 1일,
강릉과 부산을 잇는 동해선 열차 ITX - 마음이 첫 기적을 울렸습니다.
개통된 지 단 반년 만에 이용객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수요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철도로 왕래가 어려웠던 ‘벽’이 사라지면서 지역 간 교류와 경제 활성화가 본격화되었습니다.
2019년과 2023년 두 해를 비교한 결과, 관광객이 증가한 31개 기초자치단체의 생산유발 효과는 최소 600억원대에서 최대 7,000억원, 고용 창출 효과도 최대 8,000명입니다.
성공한 관광산업이 지역 경제 절반에 가까운 가치를 새로 창출했다고 봅니다.
‘떠나는’이 아닌 ‘찾아 오는’ 도시로 탈바꿈해야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철도 인프라가 가장 잘 되어 있는 국가를 꼽을 때, 1순위로 거론됩니다.
일본의 철도 노선은 소도시 구석구석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고, 열차의 종류도 셀 수 없을 만큼 인프라도 다양합니다.
이 가운데 일본 전국에 깔린 철도망 JR이 대표적입니다.
6개 JR여객회사가 운영 중인데 이중 JR서일본은 약 5,000km에 달하는 혼슈 지역의 서쪽 절반 정도에 깔린 철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호쿠리쿠 신칸센 가나자와 - 쓰루가 구간이 개통하면서 오사카, 교토로 대표되는 서일본 지역에서 후쿠이현, 이사카와현, 도야마현 등 호쿠리쿠 지역을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지역이 신칸센으로 연결되면서 지역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일본 전체 입국자의 약 26%가 간사이공항을 통해 들어왔는데 이는 후쿠오카(20%)와 나리타(19%)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수도인 도쿄로 향하는 나리타 공항보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사카를 찾는 셈입니다.
오사카는 인구 소멸을 우려하는 여타 지역들과 달리, 관광객 포화로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직면한 대표 도시가 됐습니다. 인파에 지친 도심은 수용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관광은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종합정책전략이며, 철도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핵심 인프라다. 탄소중립 실현은 물론 지역 체험과 경험을 통한 발전의 발판이 된다. 오사카의 가장 큰 과제는 유입된 관광객을 주변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분산시키는 것이다. 관광과 교통의 중심지인 허브로서,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철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잘 구축된 철도망은 오사카와 다른 지역 간의 연결을 원활하게 하고 이는 지역 간 상생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에 오사카부는 관광의 무게를 인근 소도시로 분산시킬 돌파구를 고민하고있는데 철도가 실질적인 연결축이 되고 있습니다. 캐리어를 끄는 여행객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비는 오사카역과 신오사카역은 촘촘한 철도망을 바탕으로, 외연을 넓힐 관광 전략이 실현될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버투어리즘의 영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사카에서는 관광객을 타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오사카에서 각각 40km, 55km 떨어진 인근 도시인 나라와 교토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사카
교토
- JR 신쾌속 이용 시 30분
- 일반 전철 이용 시 40~50분 소요
오사카
나라
- JR 신칸센 15분, 신쾌속 30분
- 일반 전철 이용 시 40~50분 소요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맞아 지역 소멸을 겪고 있는 일본은 ‘관광’으로 생활 인구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소도시 관광이 곧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철도 강국으로 알려진 일본은 철도를 이용해 전역을 이동할 수 있는 만큼 각 지역을 알리 수 있는 특화된 관광 콘텐츠가 발달해 있습니다.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다양한 철도 노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패스권을 잘 갖추고 있어, 여행 시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약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상황에 맞춰 각종 패스권을 활용해 효율적인 똑똑한 여행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JR 호쿠리쿠 신칸센 개통으로 오사카에서 호쿠리쿠 지역까지 연결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패스권도 같이 생겼습니다.
오사카역에서 철도를 타고 2시간이면 호쿠리쿠 지역의 일본 소도시들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지역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쓰루가, 도야마 등의 소도시가 신흥여행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쓰루가’는 항구도시로 번성했던 곳으로 강릉처럼 소나무가 자라는 해안가 숲 ‘게히노 마쓰바라’ 등 관광지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철도 개통으로 쓰루가 도시 모습도 바뀌었습니다. 쓰루가역 상권이 개발됐고, 서양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철도를 이용해 통근하게 되면서 새로운 도시 인구 유입 가능성도 늘었습니다.
철도 개통 이후 도서관과 호텔이 신축됐고,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남편은 기차를 타고 도쿄로 왕래한다. 자녀도 후쿠이시로 통학한다. 주변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쓰루가로 온다. 열차가 자주 통과하지 않는 미야마라는 마을에 기차가 개통되자 쓰루가에 거주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있다. 다만 역 근처 상점가가 폐점이 된 곳이 있어 미관상 개선이 필요하다.
‘도야마’는 질 좋은 해산물과 산에서 볼 수 있는 협곡이 유명한 곳으로 고속 열차 신칸센 개통 이후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철도가 지나는 곳엔 당연지사 역이 생기고, 그 역 주변 관광지는 기차를 타고 찾아올 사람들이 지역 경제에 불러올 훈풍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동해안이라고 다를 수 없습니다.
기존에 잘 알려진 지역 외에 여행지로서 비교적 생소했던 곳도 기차를 타고 찾아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JR이 대표적입니다.
완전 개통된 동해선의 인기는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현재까진 ‘폭발적’입니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주말에는 기차표를 구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동해선 ITX-마음을 타고 신흥 여행지로 도약하기 위해 분주히 채비 중인 지역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차에 오른 여정이 단지 스쳐가는 여행이 아니라, 오래 머물고 싶은 지역의탄생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중간 소도시들의 숨겨진 매력도 많습니다. 이 도시들을 방문해야하는 이유!
울산은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하지만 ‘공업도시’, ‘산업도시’의 이면에 가려져 관광도시로는 외면 받았습니다. 회색 공장단지, 매캐한 매연을 연상하던 울산이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태화강국가정원에서는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됩니다. 대왕암공원과 영남알프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3년 연속 한국 관광 10선에 선정됬습니다.
울산은 이제 뒤처지지 않을 관광도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화강역’에 동해선 ITX-마음과 울산-서울 청량리를 잇는 KTX-이음 중앙선이 잇따라 개통하면서 도시의 중심이 바뀌고 있습니다.


포항 역시 사람들 인식 속엔 ‘회색빛 공업도시’ 라는 이미지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포항을 방문해본 사람들은 푸른 동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스페이스 워크의 위용과 내연산 푸른 숲, 비약산 자연휴양림이 선물하는 편안함에 매료됩니다.
문화와 관광을 매개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21세기형 트렌드에 포항 역시 발맞추고 있습니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맑고 푸른 바다, 도심 곳곳에 조성된 공원,
철마다 모습을 바꾸는 내연산과 비학산의 절경은
포항을 인기 있는 여행지로 성장시킬 관광자원입니다.
여기에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 도약하기 위한 포항시 차원의 노력도 보태지고 있습니다.


삼척시는 동쪽으로는 동해안과 접해 있으며 북쪽으로는 동해시, 서쪽으로는 정선군과 태백시, 남쪽으로는 경상북도 울진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과거 삼척군이었을 당시 활발한 광공업으로 인구가 30만명의 달하는 전국 제일의 군이었으나 폐광 후 폐광지역의 고령화, 공동화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삼척은 동해안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해양 자원을 바탕으로 관광 산업의 잠재력이 크지만, 관광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확충과 다양한 관광 콘텐츠 개발이 필요합니다.
삼척시는 동굴 탐험, 해안 관광로 개발, 해양 스포츠 등 다양한 관광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강릉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강원도의 핵심 지역으로서 이미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강릉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도시 중 하나입니다. 강원지역 동해안의 주요 명소들은 ‘문화’와 ‘자연친화’적 가치가 어우러진 것이 강점입니다.
특히 강릉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 개최한 핵심 지역으로서 이미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강원지역 관광도시들에 대한 대체적인 평은 먹거리와 볼거리는 많은데 놀거리와 이동할 거리가 늘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이동’이 해결된 만큼 다른 요소들과 결합해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커졌습니다. 특히 지금까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이끌어왔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국은 물론 해외 관광객까지 유입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습니다.


수도권 쏠림 현상과 고령화, 저출산과 같은 사회적 위기는 한국과 일본 모두가 직면한 공통의 과제입니다. 두 나라 모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 산업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강조점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은 K-관광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확장에 주력하는 반면, 일본은 지역 고유의 문화와 자연을 살린 로컬 관광 활성화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결정해 발표한 2023년판 '관광백서'에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계속되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따라 각 지방의 지역 인구는 점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지역의 중요산업인 관광산업의 발전 없이는 지역사회·경제를 지속시키기 어려울 것’- 관광백서 -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올해 추진하는 8대 핵심사업 가운데 ‘지역이 강한 나라, 관광으로 크는 지역’을 과제로 삼았습니다.
두 나라 모두 ‘관광’이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자원을 분산시켜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제는 지역과 관광이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교통 편의성 확보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중심에 철도와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있습니다.
철도 연결망의 확충은 지역 접근성을 높이고 관광객 유입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